이쁜왕자 만쉐~~
게임 조이패드/조이스틱의 버튼 배치 본문
게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1980년 근방까지 가면, 스페이스 인베이더(1979년)나 갤러그(또는 갤러가, 1981년) 같은 게임이 튀어 나옵니다. 이 시절의 게임은 조작계가 스틱 하나 + 버튼 하나라는 단촐한 구성이었죠. 심지어 이 당시 게임들은 스틱이 '좌우'로만 움직이는 단순한 조작계였습니다.
그리고, 1982년 제비우스를 비롯하여 더 발전된 조작계를 탑재한 게임들이 등장하는데, 스틱은 4방향으로 바뀌고 버튼은 2개로 변경됩니다. 제비우스 같은 경우는 1개 버튼은 공중 공격, 다른 한개는 지상 공격이었고, 다른 게임에서는 기본 공격 + 특수 공격 같은 식으로 2개 버튼을 나누어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전통적인 공격 + 점프 의 버튼 구성도 바로 이때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왼쪽과 오른쪽중 어느 버튼이 제1버튼일까요?
오락실의 게임기(아케이드 머신)에서는 이 문제가 비교적 명확했습니다. 오락실의 조작 체계에서는 왼손으로 스틱을 잡고 오른손으로 버튼을 누르도록 되어 있는데, 자연스럽게 검지와 중지가 2개 버튼에 대응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검지를 더 많이 쓰게 되기 때문에, 왼쪽 버튼이 제1버튼입니다. 이는 버튼의 개수가 늘어나더라도 변치 않는 불변의 법칙이었죠.
그런데, 1983년에는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게임기가 하나 등장하는데 바로 '닌텐도 패미컴'입니다. 패미컴은 조작계로 스틱이 아닌 조이패드를 선택했고, 그 특유의 십자키 버튼과 2개의 버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물론 START, SELECT 라는 작은 보조 버튼도 있지만, 일반적인 게임 진행을 위한 버튼은 2개의 버튼이 메인이죠.
중요한 것은 조이패드는 스틱과는 달리 두개의 엄지손가락을 사용하는 구조였고, 고심끝에 내린 결정이었는지 알수 없지만, 오른쪽을 A버튼(제1버튼)으로 책정했습니다. 실제로 써보면 오른쪽 엄지손가락의 구조상 이것이 더 편한건 맞는 듯 싶긴합니다.
그리고, 패미컴은 전세계 판매랑 6000만대에 달하는 메가히트를 기록하였고, 닌텐도 게임기는 사실상 이게 표준으로 굳어져 버렸는 듯했습니다. 휴대용 게임기인 게임보이, 3DS, 슈퍼패미컴 등등 후속 모델 거의 대부분 A 버튼이 오른쪽에 위치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전통을 고수하던 닌텐도에서 가장 실험적인 시도를 한 것은 '닌텐도 64' 일 것입니다.
A,B 두개만 놓고 본다면, 닌텐도의 전통에 따라 A 가 B 보다 더 오른쪽에 위치해 있지만, A의 왼쪽 아래에 있던 B 버튼이 왼쪽 위로 이동합니다. 하지만, A 의 오른쪽에는 카메라 버튼이라고 부르는 4개의 C 버튼이 추가됩니다. 뭔가 불편해 보이지만, 기존 처럼 A,B 버튼을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고, C 버튼중 아래 버튼을 B 로 대신하여 A 를 왼쪽에 두는 세팅으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다버튼 시대를 맞이하여 6버튼 게임도 간단히 대응가능했습니다. 즉, 스트리트 파이터2 를 제대로 하려면 6버튼이 필요했죠.
사실, 닌텐도 64의 가장 혁명적인 시도는 바로 아날로그 스틱의 등장입니다. (참고로 이를 보고서야 소니와 세가는 부랴부랴 베껴서 아날로그 스틱이 달린 패드를 새롭게 내놓습니다.) 다만, 아날로그 스틱이 혁신적이긴 했어도 위치에 불만이 많았던 지라 여러 서드파트 업체에서 호환 패드를 출시합니다.
그 중 가장 시트친 모델이 바로 호리(HORI) 에서 출시한 호환 패드입니다. 호리는 과감하게 십자키와 아날로스 스틱의 위치를 바꿔 버립니다. 그리고, 이 선택은 수많은 게이머를 열광시키며 불티나게 팔려나갑니다. 이것이 히트를 치며, 호리는 게임기 서드파티 업계에 널리 이름을 날리는 계기가 됩니다.
호리의 디자인은 닌텐도의 다음 세대 게임기인 게임큐브에 그대로 영향을 줍니다. 방향조작계의 메인 위치를 십자키 대신 아날로스 스틱을 전격 채용합니다. 이는 이후 출시된 게임기에서 모두 그대로 이어져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튼 닌텐도는 거의 대부분의 게임기에서, A 버튼이 B 버튼의 오른쪽에 있습니다.
사실상 유일한 예외는 Wii remote contoller 인데, 원래 손으로 잡고 휘두르는 용도 였지만, 굳이 가로로 눕혀서 패드처럼 쓰는 것이 가능은 했습니다. 이렇게 쓸경우, 1번 버튼이 2번의 왼쪽에 있습니다.
물론 위모콘이 특이한 경우 였고, Wii classic controller 라고 부르는 것은 전통을 잘 준수한 형태였습니다.
닌텐도의 경쟁사인 허드슨+NEC 에서 출시한 PC 엔진의 경우에도 패미컴과 동일하게 제1버튼은 오른쪽에 위치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닌텐도의 최대 경쟁자인 세가는 세가마크3 (세가 마스터 시스템, 삼성 겜보이)를 출시하면서 아케이드 스틱을 그대로 따라와서 왼쪽이 1번 버튼이었습니다. 물론 후속게임기인 세가 새턴, 세가 드림캐스트 등 모두 왼쪽이 1번 버튼이었죠. 닌텐도와는 달리 오락실 아케이드 시장을 꽉 잡고 있었던 세가 입장에서는 아케이드 게임기와 가정용 게임기의 패드의 플레이 감각을 동일하게 유지하는 것이 타당했기에 이런 선택을 했으리라 예상됩니다.
세가에서 판매한 조이스틱인 '세가 아케이드 스틱' 역시 A 버튼이 제일 왼쪽에 있어서, 오락실과 동일한 게임 감각으로 플레이 가능한 구조였습니다.
쫄딱 망해버린 파마소닉의 3DO 게임기도 A 버튼이 왼쪽입니다. 이걸 수입해서 팔려했던 금성(Goldstar) 안습...
또다른 오락실 강자인 SNK 에서 출시한 게임기 네오지오의 경우도 왼쪽이 1번 버튼입니다. 사실 네오지오 게임기의 경우는 기본 탑재된 조작계가 오락실과 동일함 경험을 목표로 해서 아예 스틱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락실 그대로의 버튼 배열을 따르게 된거죠.
XBOX 라는 게임기로 게임기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도 A버튼이 왼쪽에 위치합니다.
사실 버튼의 좌우논쟁에서 가장 사도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소니입니다.
남들은 버튼에 1,2,3,4 나 A,B,C,D 또는 A,B,X,Y 라고 버튼 이름을 붙힐 때, 소니는 특이하게도 기하학적 도형을 사용합니다. 정확히는 '녹색 세모', '빨간 동그라미', '파란 X표', '분홍색 네모' 이며, 이 4개의 도형은 플스만의 독특한 아이덴터티를 가지게 됩니다.
검색 결과에 의하면, 당시 플스 개발자는 선택(또는 예)가 O, 취소(또는 아니오)가 X 를 기본으로 생각해서 배치했다고 합니다. 즉, 이는 닌텐도의 버튼 배치와 동일합니다.
저 버튼 배치는 패드계의 메가히트인 '듀얼쇼크' 및 그 후속모델 전부에 그대로 이어지게 됩니다.
여튼 소니에서는 O 가 선택, X 가 취소로 배치했습니다. 실제로 일본판 플레이스테이션의 경우는 이렇게 동작합니다. 또한, 한국판의 경우도 일본판과 동일한 버튼 배치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것이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바뀌어 버립니다. 세가 마크3나, XBOX 의 경우 처럼 제1버튼이 왼쪽에 있는게 편하다는 사람이 많은 것인지, 미국에서는 X 가 선택(예) 이고, O 가 취소(아니오)로 서로 버튼을 바꾸어 버립니다. 때때로 X 가 선택, 취소는 세모 처럼 덜 혼란스럽게 바뀌기도 합니다.
이것은 일부 영어권 나라에서 '선택'을 표기할 때 X 자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투표 등에서 X 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현재는 ✓ (또는 V)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통 바뀌었지만, 여튼 X 를 쓰는 나라도 있습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때문인지는 알수 없지만 'Press the X button to continue' 는 일종의 밈이 되는데, 여러 게임기에서 X 버튼의 위치는 제각각입니다.
2021년 현재 기준 가장 유명한 콘솔 게임기는 소니의 Playstation 5,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series X, 닌텐도의 Switch 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패드 버튼 배치는 마름모꼴로 4개의 버튼이 배치된다는 것 뺴고는 전혀 다른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